전우

출산을 앞둔 산모의 일기. 지금 꼭 출장을 가야만 했어? / 사연라디오, 오늘의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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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연라디오 작성일20-09-08 00:00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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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연은 30대 초반의 여성분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좋은 남자를 만나 3년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되었지만
막말하는 시부모님 때문에 결국 폭발한 사연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남편 잘 만난 줄 알고 좋은 남잔 줄 알고
3년 연애하고 시집온 30대 초반 아줌마입니다.

지금은 예쁜 딸내미 엄마이기도 하고요.
어제 10분 거리인 시댁을 갔다 왔는데 드디어 참다 참다 일을 냈습니다.

결혼 전 인사드리러 갔는데 시아버지가 저보고 대뜸
"키가 몇인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170입니다."
그랬더니
"아이고 크네"
하시길래 칭찬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화장실 갔는데 들리는 소리가
"키 큰 여자는 옛날부터 화냥년이 많았는데 쟈도 그런 끼가 보이네"

설마 잘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진짜 머리가 한대 띵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인사드리고 나와서 남자친구한테 슬쩍 물어봤는데 그런 말씀 하신 적 없대요.

기가 막혀서 너네 집 화장실 다 들린다
가서 시험해봐라 지금 나보고 창녀라고 욕 한 거나 다름없다고
화 펄펄 내고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아버님이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이다 미안하다"
라고 사과하셔서
그 일은 일단락되었는데...
결혼 전엔 이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별문제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보니 시아버지는 막말의 대가고 시어머니는 무신경하시더라고요.

아마 오랜 시간 동안 시아버지랑 같이 살다 보니
시어머니도 무신경하게 상처되는 말을 하시던데
두분 다 본심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가슴이 찌릿찌릿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시어머니는 강도가 덜 약하니 오늘 얘기는 제외할게요.
시어머니의 그 말실수 퍼레이드만 해도 진짜 울컥 치밀지만...
그래도 평소 저 시집살이 안 시키시고 다정하게 대해주시려고 노력하시고

제가 상처 입은 표정을 하면 바로 말실수 해서 미안하다고도 해주시니까 제외할게요.
저도 사람인데 같은 상처 주더라도 한 사람은 미안하다는 태도라도 취하면 누그러들잖아요.

더군다나 어른인데... 어른한테 막 대하는 저도 아니고요.
암튼 변명이 좀 길었어요.
결혼하고 첫 방문에 아기 언제 가지냐고 물으시길래
남편이 신혼은 좀 즐기다 가질 생각이라고 얘기했더니

"야가 노산인데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이미 자궁이 늙어빠졌단 말이다.
자궁이 늙어빠지면 애가 어떻게 나오는지 아냐?
머리가 삐꾸되서 나온다"

그러시네요.
어이가 없어서 입이 딱 벌어졌는데 전 태어나서 처음 봤거든요.
사람 앞에 두고 이렇게 기분 생각 안 하면서 막말하시는 분을.
남편이 제 눈치 보면서 아니 이제 새 식구도 들어왔는데
말 좀 가려서 하시라고 그랬더니

"네 생각이냐? 애 늦게 갖는 거?
너는 지금 시간이 없어, 빨리 갖도록 해라.
내 말이 틀렸냐?"
하시길래 네하고 말았어요
제 나이 그때 30살인데 집에 돌아올 땐 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왔어요.

결혼하고 첫 방문이었는데 10분 거리를 눈물 콧물 다 빼면서 걸어왔어요.
죄 없는 남편만 옆에서 안절부절...
나중에 얘기 들으니깐 집안 식구들은 이제 그러려니 한대요.

그런데 결혼한 지 3년이 다 된 전 그러려니가 안돼요.
암튼 남편과 저의 뜻대로 신혼 약 1년 넘게 갖다가 아가를 갖게 되었어요.
뭐 들들 볶으셨지만 이건 패스할게요.
자질구레한 일이 너무 많답니다.

9개월 동안은 정말 시댁 방문해도 막말 한마디 안 하시고,
저 그땐 진짜 너무 행복했어요.
입만 열면 상처 주시는 시아버지에 아기 데리고 와서 봐달라 소리 하면
뒈지게 처맞을 줄 알라고 하시는 어머니가 있어도
그래도 그 몇 마디 안 듣는다고 행복했어요.

아기가 딸이라는 걸 알게 되자 아버님이 좀 좋으시면서도 서운하셨는지
"그래 요샌 딸이 좋지, 딸 많이 낳지
근데 둘째도 가질 꺼지?"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둘째는 저희 생각 없어요.
아버님.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려고요."
했더니
"넌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가 시부모랑 가족계획을
논의하지도 않고 제멋대로 결정하냐
니 맘대로 하나 낳아?
그래 딸년 하나 낳아서 쏙 시집가버리면 내 제사는 누가 지내주냐
쓸모없는 딸 하나 낳아서 얻다 쓰냐?
아따 그 지지배 싸가지 하고는"

하시고 나가버리시는 거예요.
이때도 그냥 울기만 했습니다.
끝까지 아버님한텐 한마디도 안 했어요.

저 혼자 결정한 것도 아니고 남편이랑 상의해서 결정한 건데
전 졸지에 가정교육도 못 받은 싹수없는 며느리가 되어 있고.
아마 그때부터 였을 거예요.
원래도 말이 많지 않았지만 시아버지한테 거의 대꾸하지 않고
시댁 가면 입 한번 뻥긋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막말을 안 하시는 건 아니었지만
제 입에서 나온 말로 막말 듣진 않으니까...

아기 낳고도 아기가 못생겼다는 둥
결혼식에 왔던 선배 닮았다는 개소리에
애가 누굴 닮아서 발육이 늦네, 침을 흘리네
매일 저희 집에 와서 사셨을 정도이니...
매일 듣다 시 하는 그런 상처되는 말들...

저도 무던하게 넘어가는 스타일이 아니고 하나하나 다 상처받는 예민한 스타일이라
진짜 1주일에 3일은 남편이랑 미친 듯이 싸우고 4일은 울면서 혼자 잠들었네요.
남편은 첨엔 아버지한테 하지 마라, 왜 그러냐 이러더니
나중엔 소가 닭 보듯 구경..
그런데 한편으로 이해도 돼요.

남편은 평생 저 모습을 보고 자랐을 테고 본인이 말해봤자 안 고쳐진다는 것도 알 테고요.
그렇다고 어른이 말로 상처 준다고 연 끊자고 할 수도 없고요.

그런데 저는 미치겠는 거예요.
이혼 얘기도 나올 정도로 입에 오르락내리락.
더없이 좋았던 부부 사이도 아버님의 잦은 방문과 더불어 점점 악화되어 갔고요.

처음엔 내편 들어주고 미안하다 대신 사과하던 남편이 점점 지쳐가고...
저도 지쳐가고요.
저라고 뭐 매일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 붙잡고
오늘은 아버님이 이랬어 저랬어 시시콜콜 이르고 싶나요.

혼자 삭히고 삭히고 울다 지쳐서 저도 누군가에게 말해야 되는데..
그게 남편밖에 없잖아요.
그걸 누구한테 말하나요 대체
그땐 우울증 초기 증상까지 올 정도로 심각했었습니다.

그나마 제가 출산휴가가 끝나고 회사를 다시 나가고
아가를 친정엄마가 봐주면서 방문이 멈췄고
그리고 나선 저희 사이도 다시 나아지기 시작했고
아버님 얼굴을 보지 않으면서 제 우울증도 많이 나아졌고요.

이제 도저히 못 참겠다고 느낀 건
그래도 그동안 바보같이 멍청이같이 참았던 게 제 가족에게 막말은 안 하신 거였는데...
어제 시댁 방문을 했어요.
아가는 못 데려갔고요.
집에서 친정엄마가 봐주시기 때문에 암튼 아버님도 그 부분에 대해선 이해하시고
네 식구 TV 앞에 모여서 저녁밥을 먹는데 태국 홍수가 굉장히 심각했잖아요.

태국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고 건물이나 차들이 물에 잠긴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머님이 갑자기
"너 동생 신혼여행 태국 간다고 하지 않았니?"
그러시는 거예요.
제 동생이 이번에 결혼을 해요.
신혼여행은 푸켓으로 잡았고요.
그래서
"네, 푸껫으로 가죠"
그랬더니
"저렇게 비가 오는데 어떻게 하니"
그러시는 거예요.

그러니깐 남편이
"아 뭐, 날짜도 많이 남았고, 저긴 수도고
처제 가는 데는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는데 뭐 여행사에서 문제 있으면 알아서 해주겠지"
그랬더니 아버님이

"그러니까 멍청하게 여자들이 신혼여행지 잡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여행지 네 동생이 잡았지?
신혼여행 저런 데로 정해서 남편 잡아먹는 년 소리 듣고 그럼 안되지.
재수 없는 사람은 결혼식도 꼭 저런 날 잡고 여행도 꼭 저런 데로 가고."
그러시길래 밥 먹다가 그냥 뛰쳐나왔습니다.

그냥 뛰쳐나온 것도 아니고 밥숟가락 내팽개치고 겉옷 입고 막 뛰쳐나왔습니다.
근데 눈물이 안 나오고 속이 시원한 느낌? 이예요.
물론 남편은 바로 집에 와서 손이 발이 되도록 저한테 빌었습니다.
무슨 죄가 있냐 싶기도 해서 이제 좀 딱하기도 합니다.

시어머니나 시아버지한테 전화가 간혹 오는데 안 받을라고요.
이제 다시는 남편한테도 말했어요.
"스트레스 받아서 못 살겠다
너하고도 못 산다고 이러면."
그랬더니 전화받지 말고 당분간 방문도 하지 말라고

찾아오셔도 문 안 열어주고 없는 척할 거라고
어제 집에 오자마자 번호키도 바꿔 버리고 남편도 문 안 열어줄래다가 첫마디가
"미안해 처제 욕까지 먹게 해서"
라서 열어줬습니다.
이제 들을 만큼 들어서 못이 박힌 줄 알았는데

그냥 이제 안 듣고 못도 빼버릴 하고요.
한마디 하고 나오지 못한 게 좀 억울하지만
그냥 이렇게라도 제가 행동한 거에 대해 자기만족하고 살랍니다.

사과는 죽어도 안 할 거예요.
사과를 받더라도 생각해볼 거고요.
나아질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아요.
그냥 이렇게 쓰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늘의 사연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라면 사연자분만큼 못 참았을 거 같습니다.
그만큼 참으신 것도 대단하신 분 같습니다.
앞으로는 스트레스 안 받고 행복하시길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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